드디어 시즌이 시작됐다. 시즌 첫 라운드는 악몽이었다. 페어웨이를 수없이 파고 찍었다.
공도 오른쪽으로 휘었다. 아마추어 골퍼의 고질적인 뒤땅과 슬라이스로 시즌 첫 라운드가 얼룩지던 참이었다.
동반자 A가 아이언을 언제 교체했냐고 물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비거리를 펑펑 날리는 드라이버는 자주 바꿔도 아이언은 교체주기가 긴 클럽이 아니던가.
동반자 A는 클럽 교체를 오랫동안 하지 않은 상태라면 공을 똑바로 쳐도 샷이 잘못나갈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
내 스윙의 문제가 아니라고?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A 이야기의 골자는 클럽을 땅에 찍을수록 헤드가 조금씩 변형되는데,
클럽 교체를 오랫동안 하지 않은 상태라면 라이각이 틀어져 좋은 샷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 롱아이언 보다는 관용성이 좋은 하이브리드를 사용했고, 자신 있는 거리를 남긴 후에는
다양한 갭웨지를 사용해왔기에 아이언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언을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 끝에 체헐리즘 4탄은 MFS 피팅센터를 방문해 뒤땅을 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아이언 라이각을 체크해 방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체험해 보는 것으로 정했다.
# 아이언의 라이 각은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소다 지난 18일 강남에 위치한 MFS 피팅센터에서 길성우 피터와 만났다.
MFS는 1998년부터 국내 선수들은 물론 PGA, LPGA 프로들에게 맞춤 전용 샤프트를 제작‧공급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프랜차이즈 맞춤 전문 브랜드다.
개인의 구력, 나이, 신장, 스윙 스피드, 스윙습관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매뉴얼과 전문 상담을 통해
고객의 기호에 맞는 클럽, 편안한 클럽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 라이각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기 적합한 곳이었다.
길성우 피터는 라이각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라이각은 지면과 샤프트가 이루는 각을 말하는데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임팩트가 정확해도 라이각에 따라 공이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휠 수 있으니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MFS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라이각을 점검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라이 테이프’를 이용하는 것이다.
솔에 테이프를 부착해 공이 토와 힐 중에서 어디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 후 확인된 결과에 따라 기계에 헤드를 넣어 즉각적으로 각도를 조절한다.
이 과정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라이각 교정 소요시간은 단 5분, 방향성이 즉시 개선됐다.
MFS 피팅센터에서 진행한 라이각 교정 체험에는
싱글디지트 핸디캐퍼 윤보희 씨와 핸디캡 13의 배우 여시현이 동참했다.
윤보희 씨는 남성 아이언을 쓰다가 최근 여성용 아이언으로 교체했는데 라이 각이 다른지 궁금했다고 한다.
여시현은 다른 여성보다 힘이 센 편인데, 겨우내 실내 스크린골프 연습장에서 땅을 많이 찍었던 터라
시즌 전 라이각 점검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길성우 피터는 아이언 솔 부분에 라이테이프를 부착한 후 5회 스윙을 해보라고 권했다.
먼저 윤보희 씨의 라이 각은 2도가량 틀어져 있었다.
라이 테이프를 확인한 결과 바닥과의 타점이 힐(샤프트 쪽)에 분포돼 있어
왼쪽으로 휘는 훅 구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길 피터는 스탠더드 라이각에 맞춰 클럽을 바로잡았다.
타점은 다시 라이 테이프의 중앙으로 바뀌며 공이 스트레이트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길 피터는 “여성과 남성 클럽의 스탠더드 기준은 동일하다.
하지만 샤프트의 길이와 그립을 잡는 위치에 따라 라이각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스윙을 점검해 스탠더드 라이각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배우 여시현 역시 라이 테이프의 힐 쪽에 타점이 분포됐다.
길 피터는 왼쪽으로 휘는 구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을 인지시킨 후,
여시현의 스윙 스타일에 맞는 스탠더드 라이각으로 피팅을 진행했다.
여시현은 “스크린 골프를 즐겨서 라이각이 많이 틀어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테이프로 결과를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라이각을 바꾸고 방향성이 좋아진 것뿐만 아니라 어드레스도 편해진 것 같다. 셋업에서부터 자신감이 생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피팅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에디터는 반대로 타점이 토 쪽에 분포됐다. 라이 각이 2도가량 틀어져
슬라이스의 주원인이었다는 것이 판명되는 순간이었다.
에디터는 길 피터에게 “잘 맞은 샷 같으면서도 공이 빗겨나가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쳐야 라이각이 변하느냐”고 물었다.
길 피터는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그리고 프로골퍼 기준으로 1000타 정도마다 라이각이 틀어진다.
정확하게 쳤는데도 방향성이 흔들린다면 라이각을 꼭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윙을 바꾸지 않더라도 라이각 조정을 통해 방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체험의 결론이다.
아이언은 정확성이 핵심이다. 그런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을 투자하면 방향성이 잡힌다.
송곳 같은 샷을 원한다면 라이각 피팅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경제 골프포위민 노현주 기자(roh11@mk.co.kr)
